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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zy Reader

[등산] 11월 지리산 천왕봉 : 흐린 가을날의 중산리 코스 본문

움직이기/등산일기

[등산] 11월 지리산 천왕봉 : 흐린 가을날의 중산리 코스

rosemary 2020. 11. 30. 23:30

 

 

몇주전부터 기다렸던 날! 11/14(토) - 11/15(일) 아빠와 지리산에 다녀왔다.

나는 등산 초보이지만 아빠는 백두대간도 다 다녀오신 경험이 있으시다. 아빠랑 같이 가면 여러 점에서 좋다ㅎㅎ 지난 9월엔 가평 운악산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어두운 새벽부터 헤드랜턴을 쓰고 산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몇주 전에 연습 차 동네 산을 야간산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준비하고 기다렸는데 당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전날까지 계속 갈지말지 고민했다. 1-4mm이긴 했지만 추위를 잘 타는 나는 비소식에 너무 걱정되었다... 하지만 11/16(월)부터는 또 탐방로 출입통제 기간... 결국은 가기로 결심했다ㅠㅠ

 

 

 

www.knps.or.kr/front/portal/open/pnewsDtl.do?menuNo=7020013&pnewsId=PNEWSM017452

 

전체<공지사항<열린국립공원<국립공원공단

2020년 가을철 국립공원 탐방로 출입통제 공고 자연공원법 제28조 규정에 의거 국립공원 탐방로 일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출입통제를 공고합니다. 1. 통제기간 : 2020. 11. 16.(월)∼ 2020. 12. 15.(화)

www.knps.or.kr

※ 보통 매년 11월 중순 - 12월 중순이 국립공원 산불 방지 기간인 것 같다. 계획 전에 체크 필수.

 

<코스>

중산리안내소(04:00) - 로터리(06:20) - 천왕봉(09:00) - 장터목(10:24) - 중산리안내소(12:55)

 

<산행시간>

약 12시간

 

<준비물>

물 1L, 프로틴바, 사탕, 컵라면, 경량패딩 2벌, 손수건, 휴지, 헤드랜턴, 등산스틱, 핫팩 등

 

 

 

 

남부터미널 → 중산리 

 

(왼) 버스 타기 전 간단한 야식. (오) 23:30 버스 탑승

 

 

 

 

남부터미널 출발(23:30) -> 중산리 도착 (03:10)

주말에만 있는 <남부터미널-중산리> 버스를 탔다. 내리자마자 바로 산행을 시작해야 하니 11시쯤 남부터미널에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좀 먹었다. 편의점에서 땅콩샌드와 크래미 샐러드 낙점!

 

중산리 정류장에 다른 등산객들 몇명과 함께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주는 곳에서 실제 산행로 입구(위 지도에 표시된 곳)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ㅠㅠ (승용차를 따로 가져가면 산행로 입구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버스타고 가면 오르막길 차도를 거의 30분-1시간 걸어가야 한다! 이때부터 산행이 예정보다 길어질 조짐이 보였다...

 

 

 

중산리 → 로터리대피소 → 천왕봉 

 

(왼) 안내소 올라가는 길에 본 중산리코스안내도. (가운데) 흔들다리! (오) 삼거리의 이정표.

 

 

예전에는 헤드랜턴 쓰고 야간산행 했을 때 울렁거리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날은 괜찮았다. 비가 아주 살짝, 미스트처럼 내렸다. 어두운 가운데, (보이지는 않지만 옆의) 계곡 때문에 콸콸 물소리가 들렸다. '삼거리'에서 장터목대피소와 로타리대피소로 길이 나뉜다고 하는데, 왜 한참을 가도 안 나오는 것인가.

 

아직은 어둑한데다가 안개까지 대피소를 감싸고 있어, 로터리대피소는 꼭 영화에 나오는 산장 같았다. (코로나 때문에 대피소에서의 숙박은 안되는 것 같았다.) 건물 밖에서 식사하거나 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단 쉬기 시작하면 많이 추워지니까 우리는 취식실 안에서 아침을 먹었다. 참고로 취식실에는 전등이 없어 (혹은 당시에는 켜지지 않아) 헤드랜턴을 쓴 상태로 먹었다. 차가워진 샌드위치가 왜 그렇게 맛있던지...

 

아침을 먹고 나오니 날이 밝기 시작했다. 날이 좀 괜찮은가 싶더니... 능선에 가까워지면서(?) 등산하는 동안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었다ㅠㅠ 숨이 차지는 않았고 추워서 콧물 나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래도 비가 오고 흐린 날만에 볼 수 있는 풍경에 걷는 내내 감탄했다.

 

그러다가 어느 구간에서 방향을 틀게 되었는데 마법처럼 바람이 그쳤다. 아마 산이 바람을 막게 된 것 같았다. 천왕봉에 가까워지며 풍경이 더욱 멋있어졌다. 천왕봉에 이르기 직전 바위 사이에 소나무 한그루가 저 멀리에 보이는데, 윤형근의 '청다색' 시리즈를 보면서 받은 느낌과 꼭 비슷했다.

 

 

등산인 포스가 나는 아빠
윤형근 그림이 떠오르는 풍경

 

천왕봉  장터목대피소 → 중산리 

 

천왕봉에 이르자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고 모자가 벗겨질까봐 모자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ㅠㅠ탁 트인 정상에서 아래 풍경을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현실은... 인증샷 조차 찍기 힘든 칼바람.

 

천왕봉에서 장터목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1시간 좀 넘게 걸려 도착한 것 같다. 이 구간의 풍경이 그래도 참 멋있어서 멈춰서 사진 찍다가 오래 걸린 것 같다. 특히 이렇게 구름이 많은 날에는 구름이 조금 개이면 멋있는 풍광이 펼쳐지는데, 또 구름이 금방금방 움직이기 때문에 구름이 다시 또 움직여주길 기다리다가 사진 찍는 데 더 오래걸리는 것 같다.

 

 

장터목 가는 길

 

 

우리는 장터목대피소 취식실에서 준비해온 컵라면을 먹었다. 우리 옆에서 식사하던 아저씨 두분은 삼겹살과 마늘을 구우시기 시작했고 깻잎과 쌈장도 야무지게 싸오셨더라. 냄새가 너무 좋았다. 장터목에서 내려가는 길에 약수터가 있어서 이곳에서는 물을 마음껏 다 마셨다.

 

 

유암폭포
내려오는 길에 법천골

 

 

내려가는 길 초반은 이제 끝났다는 마음에 홀가분했다. 조금 타이밍이 늦긴 했지만, 하늘을 보니 날도 조금씩 개는 모양새였다. 부분부분 파란 하늘과 산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즐거움도 잠시, 내려가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고 삼거리는 또 다시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고 아빠의 무릎보호대를 찼다.

 

안내소로 내려오고나니 오후 2시 반! 남부터미널행 버스는 3시반인데, 아빠는 시간이 여유로울 거라 예상했지만 1시간 밖에 남지 않아 빠듯했다.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갔고 (10,000원) 두부김치와 막걸리로 뭔가 허전한 속(?)을 채웠다. 힘들고 시간에 쫓겼지만 그래도 할 건 다했다^^;;